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자연을 단순한 환경이 아닌, 신성과 연결된 생명체로 인식합니다. 이들의 신화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중 하나가 바로 타네 마후타(Tāne Mahuta) 입니다. 타네 마후타는 숲과 나무, 새들의 신이며, 마오리 우주론에서 ‘생명을 탄생시킨 창조신’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단지 식물의 수호신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늘과 땅을 갈라내며 세상의 질서를 만든 신으로, 마오리 세계관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입니다.
타네 마후타의 탄생과 하늘과 땅을 갈라낸 신화
마오리 신화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은 하늘의 아버지 랑이누이(Ranginui) 와 대지의 어머니 파파투아누쿠(Papatuanuku) 가 서로 단단히 끌어안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어둠만이 존재했고, 자식 신들은 이 어둠 속에서 태어나 자라나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에 여러 신들은 부모를 떼어놓고 빛을 얻자는 결의에 도달했고, 그 가운데 타네 마후타가 가장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땅과 하늘을 밀어내며, 마침내 부모를 갈라내고 세상에 빛을 가져왔습니다. 이는 곧 생명이 움트고 생태계가 형성되는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랑이누이는 하늘로, 파파투아누쿠는 땅으로 떨어져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믿습니다.
이 위대한 행위 덕분에 타네 마후타는 생명의 창조자, 빛의 선사자로 마오리족에게 깊은 존경을 받습니다.
숲의 신으로서의 역할과 생명의 창조
부모를 갈라낸 뒤, 타네 마후타는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합니다. 그는 나무를 세우고 숲을 창조했으며, 나뭇가지 위에 새들을 놓고 하늘을 날게 했습니다. 마오리 신화 속 다양한 동물들, 식물들, 심지어 인간의 조상까지도 타네 마후타가 만든 존재라고 여겨집니다.
그는 흙으로 여성을 만들고, 그녀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이 여인은 히네 아후 오네(Hine-ahu-one) 로, 마오리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이자 모든 인간의 어머니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타네 마후타는 단지 숲의 신을 넘어 인류의 창조자이자 보호자로 기능합니다.
타네 마후타의 상징성과 자연 숭배
타네 마후타는 자연 그 자체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마오리 문화에서 나무는 단지 식물이 아닌 ‘생명이 깃든 존재’이며, 특히 거대한 카우리 나무(Kauri Tree) 는 타네 마후타의 형상으로 여겨집니다. 뉴질랜드 북섬에는 실제로 ‘타네 마후타’라 불리는 거대한 카우리 나무가 있으며, 이는 수천 년 된 실제 신성한 존재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이 나무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인사하며, 마오리 의식에 따라 손을 모으고 타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는 마오리족이 자연과 맺은 영적 관계를 대변하는 장면입니다. 타네 마후타는 단지 전설 속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여겨지는 신입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와 환경 보호 정신
마오리족에게 타네 마후타는 단지 숲의 신을 넘어, 환경 보호와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합니다. 타네 마후타의 신화를 통해 마오리인들은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 인간의 책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왔습니다.
오늘날 뉴질랜드의 많은 환경운동은 마오리의 전통 신화와 영적 관념에서 영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타네 마후타는 그 중심에 있는 존재로, 생물 다양성 보존, 숲 보호,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정신적 기둥이 됩니다.
관광객 역시 이 신화와 의미를 배우며, 단순한 관광을 넘어 존중과 경외의 마음으로 뉴질랜드의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결론: 타네 마후타,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신
타네 마후타는 단지 마오리 신화 속 숲의 신이 아닙니다. 그는 세상을 밝혀낸 존재이자,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숲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입니다. 오늘날의 뉴질랜드 자연보호 정신, 생태 중심 문화는 모두 이 신의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철학을 전하는 유산입니다. 숲 속에서 새가 노래하고,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흐를 때, 어쩌면 그 모든 소리는 지금도 타네 마후타가 들려주는 생명의 노래일지도 모릅니다.